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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제조원: Canon카메라모델: Canon EOS 5D Mark III플래시: Flash did not fire, Auto초점거리: 140.0 mm조리개변경: 9/1노출방식: Manual control노출모드: Manual exposure노출시간: 0.4 sec노출보정: 0W/B: Manual white balanceISO: 50촬영일자: 2023:06:12 05:00:32

어둠을 가르며 한 시간 여 달려 국사봉 주차장에 도착했으나 정적만 흐른다. 유명 출사지기에 차가 한 두 대는 항상 있기 마련인데... 캄캄한 산길을 혼자 오르기가 다소 겁이나 다른 차들이 오기 만을 기다린다. 십 여 분 지났을까. 흰 승용차가 온다. 이 시간에 오는 이는 사진 애호가임을 다 아는 터라 일단 반갑다. 운전석에서 내리는 이는 키가 훤칠한 남자 분인데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총총 옮긴다. 나는 섣불리 내리지 못한다. 곧이어 조수 석에서 여자가 내린다. 이런 반가울 데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잘 아는 사이처럼 상냥하게 인사를 건넨다. 내외지간이라 했다. 혼자 오르기 두려웠는데 두 분은 오늘 제게 구세주시라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계단을 오른다. 그런데 이 분들은 계단 끝의 첫 출사지가 목표였다. 이제 겨우 2할 왔는가. 난감했다. 내 처지를 아는 남편 분은, "여보 기왕 왔으니 우리도 정상까지 갑시다." "아이고 저 때문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였다. 그렇게 세 사람이서 사드락사드락 정상까지 올랐다. 땀을 식힐 새도 없이 온 천지가 구름 바다에 우리는 한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높고 낮고 길고 짧은 온갖 능선들이 구름 사이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는 풍경 뒤로 여명이 발그레하게 타올랐다.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도 단번에 녹아 내릴 만큼 영육을 정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날 마이산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렇게 돌아와 며칠 후 어느 사이트에 사진을 올렸더니 남편 분이 단박에 나를 알아보고 댓글에 아는 체를 하셨다. 서로 어디에서 오셨느냐는 질문만 하였을 뿐 활동하는 사이트도, 실명이나 닉네임도 묻지 않았어도 그날의 정경은 단 세 사람만 조우 하였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그 날의 고마움을 진심을 담아 댓글로 답해 드렸다. 세상은 넓고도 좁음을 실감한 날이었다. 사람의 등에는 일 만 마디의 언어가 숨어 있다 했던가. 타인이 평가하는 나의 뒷모습은 어떨지 자못 부끄러움이 앞선다. 그날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오늘 이 사진을 올리면서 다시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