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다음글


 

 

■ 진동선의 사진기호학 (표현에서 해석까지)

 

우리는 사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진기호학은 사진으로 무엇을 보았는지, 어떻게 보았는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보아야 할지를 깨닫게 해주는 방법론이다. 사진이란 찍는 사람, 사진을 보는 사람, 그리고 사진을 이용하는 사람의 관성이 제각각 어우러져서 모순을 빚어내는 만남의 자리이자 대결의 장이다. 그 대결장에서 눈에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바라보고 있지만 감춰진 은닉과 누설의 미학이 사진미학의 본질이라면, 그것을 해독해주는 것이 사진기호학이다.

이 책에서는 기호학의 개념과 사진 표현과 해석을 둘러싼 코드들을 접목시킨다. 앙드레 케르테츠, 다이안 아버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스티븐 쇼어 등 세계적인 사진가들과 구본창, 배병우, 이갑철 등 국내 사진가들의 주요 작품들을 통해 사진기호학의 이론과 실전에서의 활용을 다루고 있다. 사진기호학의 이론편에서는 기호학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사진표현과 사진해석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또 어떻게 활용하면 사진의 깊이와 사진 역량을 배가시킬 수 있는지 사진기호학의 기초 개념과 맥락, 표현에 있어 코드화의 법칙, 그리고 실전에 활용되는 이론적 측면을 살펴본다.


사진기호학의 실전편 ‘조형과 사진심리’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사진가가 마주하는 세계와 대상들 앞에서 어떤 조형적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지, 또 그것들을 어떻게 사진심리와 결합시켰을 때 사진의 힘이 강해지고, 사진기호로서 형식과 내용을 갖출 수 있는지 살핀다.

 

세상의 모든 사진은 ‘무엇을 보았는가’에서 시작된다. 이 바라봄은 작가에게도 일어나고 관객에게도 일어난다. 사진을 본다는 것은 작가가 이미 보았던 것을 뒤따라 보는 것이다. 즉 보았던 것을 다시 보는 ‘환원성’이다. 원래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진은 작가가 보았던 것을 관객이 다시 보기 위해 존재한다. 그 환원의 어려움이 사진의 어려움이다. 사진기호 체계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사진기호학이다. ―16쪽

사진기호학의 핵심은 ‘본다는 것’에 대한 파악이다. 형식에서 내용까지, 사태에서 사건까지 본다는 것과 보고 있는 것에 대한 파악이고 판별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사진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서 저마다 다르게 느낀다. 저마다의 지식, 경험, 학습 혹은 사진을 둘러싼 여러 환경과 현상과 각양의 실마리, 유추, 텍스트, 제목으로부터 사진은 파악되고 판별된다. 이것이 사진기호의 해석이다. 이 같은 과정은 문학과 영화를 해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사진도 ‘읽기’로써 해석하는 것이다. ―18쪽

기호로서 사진을 해석하는 데 요구되는 것은 사건과 형상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다. 이것들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축적되고 약속되고 통용되는 어떤 ‘약호(코드codes)’들을 바탕으로 한다. 사진 해석은 결코 작가 혼자서 비밀스럽게 만든 기호를 해석하는 것도 아니고, 또 관객이 은밀하게 혼자 힘으로 어떤 기호를 파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작가와 관객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지적, 심리적, 사회적 현상들과 사회적 약호들을 파악하는 것이다. 관객의 정신을 이루고 있는 이러한 약호들이 상호작용하여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사진의 기호 체계가 사진기호학의 주된 체계이다. ―18~19쪽

사진은 언어처럼 내용을 동반한다. 형상을 통해서 의미를 표현하므로 내용 없는 사진은 없다. 또 대상을 지시하지만 내용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해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해석이 필요 없는 사진은 사진기호학의 대상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평범한 사진 역시 사진기호학의 주된 대상이 아니다. 모호한 사진, 해독이 어려운 사진, 표현하기 쉽지 않은 사진이 사진기호학의 대상이다. 사진의 난해함과 모호함이 사진기호학을 호출한다. 무엇을 찍었는지는 알아도 왜 찍었는지 알 수 없을 때,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 무언가를 정확히 알기 어려울 때, 보면 볼수록 무언가가 흘러나올 때 사진기호학이 필요하다. ―24쪽

결국 사진기호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사진기호학은 사진을 잘 찍는 방법, 사진을 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사진으로 무엇을 보았는지, 어떻게 보았는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보아야 할지를 깨닫게 해주는 방법론이다. 사진이란 찍는 사람, 사진을 보는 사람 그리고 사진을 이용하는 사람의 관성이 제각각 어우러져서 모순을 빚어내는 만남의 자리이자 대결의 장이다. 사진은 이것들 사이에 있고 또 움직인다. 온갖 생각의 기호들이 난무하므로 사진에서 오해와 오독, 모순과 모호성은 필연적이다. 모든 사진은 그 대결장 속에서 처음 당면한 시간의 몸짓이다. 또 처음 겪는 사건의 의미들이다. 눈에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의미, 바라보고는 있지만 감춰진 의미의 다발이다. 은닉과 누설의 미학이 사진미학의 본질이라면 그것을 해석해주는 방법이 사진기호학이다. ―24~25쪽

사진이 수많은 ‘선택의 놀음’이라는 사실은 회화와 비교할 때 매우 극명해진다. 회화에서 화가의 외재적 선택은 너무도 간단하다. 캔버스와 물감과 붓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사진은 어떤가. 대상의 선택에서부터 카메라의 선택, 렌즈의 선택, 필름의 선택, 앵글의 선택, 거리의 선택이라는 물리적인 선택의 권리가 따른다. 여기에 조리개, 셔터 속도, 노출, 심도, 밝기, 콘트라스트, 또 샤프니스와 디테일, 색상과 화질, 톤의 거칠고 부드러운 정도까지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선택의 권리가 뒤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의 어려움은 선택의 적절성, 선택의 최적화와 맞닿아 있다. 사진기호학이 언어기호학의 모습일 수 있는 것도 이 지점에서다. 사진도 언어처럼 적절한 형식과 내용을 고려한다. 수많은 단어와 문장을 선택해야 하는 글쓰기에서의 선택에 비하면 사진의 선택은 대단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상과 마주하고 대상에 대한 의미를 최적화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진의 선택지 또한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8~29쪽 


 

■ 숀홀  : 기호학 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