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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

 

 글쓴이 : 김영태(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 대표)

 

사진은 기억, 추억, 죽음과 관련이 있는 매체이다. 사진은 시간이라는 개념과 필연적인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진의 상당수가 이 같은 배경에서 제작되었다. 특히 그중에서 여행 사진은 무엇을 기념하고 추억하기 위해서 제작된 대표적인 경우이다.

 

19세기 사진이 발명되었을 당시에는 유럽인들이 외부세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에는 먼 곳 또는 미지의 세계로 여행한다는 것은 위험이 따랐고 모험이었다. 그로 인해 당시 여행가 중에는 카메라를 갖고 여행하면서 신비스럽고 낯선 대상과 환경을 찍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글을 함께 실어서 책을 출판했다사진을 찍어서 출판하는 것에 여행의 목적인 경우도 많았다. 대중들은 여행책을 통한 간접체험으로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여행과 사진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행을 떠날 때 필수품으로 챙기는 것 중의 하나가 카메라이다. 낯선 곳으로 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흥분시키고 설레게 한다. 이러한 여행자의 심리가 여행 사진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여행 사진이 사진사(寫眞史)에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특히 1936Life 가 창간되면서부터 저널리즘 사진이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낯선 세계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교통이 발달하면서 여행이 보편화 되고 텔레비전이 대중화되면서 여행 사진의 비중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대중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를 찍는 여행 사진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단순하게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사진은 겉만 보는 내용에 머물게 된다. 깊이 있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사진 작업을 해야 한다.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했을 때 예술적인 가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모더니즘 사진의 대표적인 사진가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도 세계 주요 도시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외관에 치장한 사진 작업에 치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세계를 투영하여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브레송은 직관적인 사진 찍기를 하지만 대상을 통해서 자신의 미적인 신념과 세계관을 드러냈다. 표피적인 사진 찍기 즉, 보이는 데로 찍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21세기 사진은 가장 대중적인 시각 매체이다. 누구나 쉽게 기술적인 것에 대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여행의 보편화와 더불어 사진 찍기도 일상 그 자체가 되었다. 여행과 사진은 대중들에게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여행의 추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남기고자 하는 욕망이 여행 사진에 내재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책의 출판과도 연관되어 있다. 여행 사진이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려면 동시대적인 담론을 생산해야 한다. 이 지점이 차별화된 예술적인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여행 사진의 출발점은 개인적인 욕망이나 문화적인 환경의 변화다. 하지만 찍는 이의 태도에 따라서 결과물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사진으로 느껴야 합니다.

 나는 기록하지 않는다. 나는 해석한다. - 앙드레 케르데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