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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제조원: Canon카메라모델: Canon EOS 5D Mark II플래시: Flash did not fire, Auto초점거리: 90.0 mm조리개변경: 56/10노출방식: Aperture priority노출모드: Auto exposure노출시간: 0.01 sec노출보정: 0W/B: Auto white balanceISO: 640촬영일자: 2012:08:27 10:14:11

 

이 사진을 찍으며 생각 난 시 한 수

 

산양 

                                                이건청

아버지의 등뒤에 벼랑이 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안 보이고 벼랑
만 보인다.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아버지가 산인
줄 알았다.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인 줄 알았다. 장대한 능선
들 모두가 아버지인 줄만 알았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푸른 이
끼를 스쳐간 이 큰 산의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는 것이라
고,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열리는 것이라고. 그때 나는 뒷짐
지고, 아버지 뒤를 따라갔었다.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비탈들을 앞장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몰랐다. 아들의 비탈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걸 나는 몰랐었다.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 지
고 내 뒤를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 보인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쫓기고 쫓겨 까마득한 벼랑으로 접어드는 내 뒤에 또 한 마리 산
양이 보인다. 겨우겨우 벼랑 하나 발 딛고 선 내 뒤를 따르는 초
식동물 한 마리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