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한 쪽 구석에 물고기 비늘 같은
쪽빛 한 조각이 떠 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어원을 확인이라도 하듯
마음 시리게 하는 푸른 모시가 생각난다.
"저건...... 그래, 가을빛이야"
작년 가을이 칠칠맞게 흘리고 간
사랑의 흔적이 아닐까?
"사랑에서 나온 빛깔이 사랑보다 붉다"
남녘, 바다바람을 이겨내고 핀
동백...... 지금이 제 철이라지 아마?
아~ 백동백이 좋겠다.
멀리서 보면 꽃이 아니라
아직은 겨울 빛의 반사광 같은 흰색 덩어리.
다시 청출어람의 한 대목.
"물에서 나온 얼음이 물보다 차다"
한겨울 유리창에만 피어
사랑하는 이의 눈길만 받아도 녹아내리며
입김만 닿아도 투명한 그리움이 되어버리는
망각의 꽃 성에꽃.
그래, 얼음보다는 성에가 났지......
하늘가 쪽빛 화병에
백동백과 성에꽃을 꽂아두니
마음이 부셔 눈을 감는다.
숨을 들이쉴 때와 내 쉴 때
찰나적으로 멈춰지는 그 때,
너무도 짧은 그것이 인생이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