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제조원:카메라모델:플래시:초점거리:조리개변경:노출방식:노출모드:노출시간:노출보정:W/B:ISO:촬영일자:
허수아비
詩 이정하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 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 들판
낡고 해진 추억만으로 한 세월 견뎌왔으니.
혼사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속에 섬기는 일은
어차피 고독한 수행이거니.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외롭다.
사랑하는 그만큼 외롭다.
살아가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부족한 것이 또한 사랑이었다
그에게 한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던 허수아비는
매번 오라 하기도 미안했던 허수아비는
차마 그를 붙잡아둘 수 없었다.
그래서 허수아비는 한 곳만 본다.
밤이 깊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운다
늙고 초라한 몸보다도
자신의 존재가 서러워
한없이 운다.
한낮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 있지만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목이 메인다.
속절없이 무너져
한없이 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