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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죽골 이야기

영 잠이 깊게 오지 않는다.

전날 밤 자정 가까이에 잠을 청했으나 새벽 출사를 가기로 한 날은 나름 긴장이 되는지 깊은 잠이 잘 들지 않는다. 오늘도 머리가 아파 잠을 깨니 새벽 2시가 아직 안 되었다. 오늘은 4시에 일어나 출사 준비를 해야 한다.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머리만 더 아프고 비몽사몽이다.

알람 소리에 서둘러 선잠을 깨어본다. 비 예보가 있었으나 창 밖을 내다보니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우리 충청지역에 오전 중으로 적은 양의 내릴 것이라 하여 걱정하던 차다. 카메라 가방을 챙기고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우리 유성지회 4월 정기출사일이다. 4월에는 온 누리 곳곳에 꽃을 피우고 신록이 피어나 어느 때 어느 곳을 출사지로 정해도 좋을 터지만 바쁜 일정에 마땅한 날이 없어 부득이 비 예보가 있음에도 오늘 토요일을 정기 출사일로 정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사일이 다른 단체에서 추진하는 탐사와 겹쳐 대전지부 타 지회 회원들 중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이 있다 하여 볼멘 소리를 하는 회원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지회 형편으로는 어쩔 수 없어 미리 양해를 얻고 추진하였다.

여명 촬영 출사이므로 비님이 새벽녘 잠깐만 비켜주시면 된다.곤히 잠든 가족들 몰래 살금살금 대문을 나섰다. 이럴 수가! 막 대문을 나서는 순간 뚝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카메라 가방 속에 1회용 우의는 챙겼지만 집으로 다시 들어가 우산을 꺼내 들고 나왔다. 제발 아침 시간만 비켜주고 예보대로 적은 양만 내려 주시길 빈다.

아침밥은 빵 대신 따뜻한 김밥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김밥집으로 발길을 향했다. 24시간 운영하는 김밥집이 5시도 안 된 시간에 너댓 명의 아주머니들이 단체 주문 김밥을 싸느라고 손길이 바쁘다. 토요일이라 등산, 봄꽃놀이, 야유회 등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 단체 주문이 많단다. 나는 참석 예상 회원 수보다 넉넉하게 김밥을 주문하여 약속장소로 향하였다. 비 줄기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예정된 행사라 이제 취소하기도 어렵다. 비가 오시는데 예정대로 추진하느냐고 또 어떤 회원님은 다음 기회에 가겠다고 몇몇 회원들로부터 전화와 문자가 왔다. 일단 가 보자는 지회장님의 말씀에 따라 일행은 방죽골로 출발하였다.

오늘의 출사지는 대전근교 충청북도 문의면 남계2리 방죽골의 여명과 로하스길의 반영 촬영이다.

                                    방죽골의 여명 : 장만진 지회장님 촬영(2013.4. 14)

난 아직까지 방죽골 여명을 촬영해 보지 못했기에 남다르게 기대가 크다. 사진을 통해 장면을 보았으나 나름대로 주변의 경관을 그려 본다. 대청댐을 배경으로 한 방죽골의 모습은 장관이리라. 그런데 비가 내려 오늘의 여명 촬영은 어렵고 비 내리는 대청댐 주변의 경관을 촬영하면 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대청댐 본땜을 지나 문의로 가는 호반 길은 완전 꽃길이다. 도로변으로 개나리가 노랗게 피고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가로수를 이루고 비가 내려 물안개가 피어나는 호수의 모습은 운치가 있다.산에는 나무 숲 사이로 진달래가 비를 맞아 수줍은 듯 피어 있고 산벚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문의를 거쳐 청남대에 가는 길에도 벚꽃이 화사하다.정말 우리나라는 금수강산 꽃동산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 꽃들에 덮혀 있으니. '방죽골에 가면 더욱 장관이겠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새벽의 모습을 바라 보며 비님이 그쳐 주길 바랬다.

' 어, 방죽골을 대청댐 쪽으로 가는 게 아니고 청주 쪽으로 가네?'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나는 의아했으나 지름길로 돌아가려나 생각하고 네비양이 안내하는 쪽으로 향했다.

"남계2리는 좌회전."

‘지형상 대청댐은 우회전해야 맞을텐데...... 잘못 안내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하면서도 네비양에게 안내를 맡겼다.

' 목적지에 다 왔다' 는 안내를 받고 돌아 보니 방죽골은 마을 어구에 있는 작은 연못이 있는 곳이 아닌가! 내심 큰 실망을 하고 기대 반으로 차에서 내렸다.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과 반갑게 합류하여 잘 지어 놓은 정자에서 잠시 비를 피하기로 하였다. 정자는 비를 피하기에 안성마춤이었다.

고마운 휴식처였다.

이 방죽(연못)은 대청댐과는 전혀 관계없이 남계리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200여 년 전에 조성한 연못이란다. 수령이 어림잠아 100여년도 훨씬 넘어 보이는 고목 왕버드나무가 멋진 모습을 하고 늘어져 있다. 이 곳을 찾는 방문객과 진사님들과 연인들의 사랑을 받아 멋진 포인트로 각광을 받는단다. 나무에 올라가 사진을 담기도 하고 멋진 반영을 담기도 한단다. 주변에 심겨 져 있는 나무들이 연못과 잘 어울려 가끔 우리 같은 진사들이 찾곤 한단다. 이 곳을 찾아 고목 왕버드나무에 올라 사랑을 나눈 연인들은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 전해지고 있어 많은 연인들이 찾아와 웨딩 사진도 촬영한단다. 작은 방죽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모습이 멋져 보이나 오늘의 주제인 여명과 반영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

  방죽골의 왕버드나무(수령이 100년은 족히 넘을 듯 가지가 찢어지고 부러져 있다.)

                                                서부지회 정도 장영열 작가님 作(2013.4.20 아침 유성지회 출사시 촬영)

 비가 내려서 인지 기온이 뚝 떨어졌는지 몸이 서늘하고 춥다. 몸을 녹이고 싶다. 금잔디님이 정성스럽게 끓여 온 따끈한 커피와 지회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추운 속을 달래 본다. 추울 땐 따끈한 커피 한 잔이 제 격이다. 온 몸을 쫘악 녹여주는 것 같다. 한 밤중에 커피를 끓여 온 금잔디님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좀 나아지기는 했으나 추워서 카메라 몸체를 꺼내기도 싫다. 이렇게 추울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두껍게 입고 올걸......

 처음 만나 보는 회원들과 새로 가입한 신입회원과 상호 인사하고 운담 회장님이 거금을 들여 새로 장만한 막썰어 카메라(캐논 5D MARKⅢ)로 인증샷을 마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으나 비가 그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도리없이 오늘의 출사를 마감하기로 했다. 이렇게 좋은 봄날 그것도 황금 같은 토요일에 비님이 오시다니 우리 진사들은 철없는 투정(사실 그동안 가물어서 날씨가 건조하여 산불도 자주 발생하고, 마늘, 감자 등 봄 농작물에는 절대 비가 필요하다)을 하며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유성지회 방죽골 출사 인증샷

좌로부터 들꽃사랑님,부암님,春草님,천년바우님,금잔디님,성보님,정도님,

좋은인연님,달마님, 고구마(지회장 운담님은 촬영 중)

   대청호반 길을 돌아오는 중간에 비가 진눈깨비로 변해 내린다, 4월 중에 내리는 눈! 행운인가? 기상이변인가? 날씨가 얄밉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로하스길에 잠시 들렸다. 비가 내리는 로하스는 물이 빠지고 반영이 전혀 없어 음산하기도 하고 쓸쓸해 보였다. 봄비가 내리고 진눈깨비까지 내리는 토요일, 날씨까지 추운 이른 아침 유성지회 정기 출사에 동참해 주신 회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물이 빠져 썰렁해진 로하스 버드나무 길